부동산 일을 하다 보면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꽤 자주 받는 질문이 있어요. "저, 지금 창고 임차인인데요. 여기서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한가요?"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저도 잠깐 머뭇거렸습니다. 전대차, 전전세. 이름은 비슷한데 법적 성격은 전혀 다르거든요. 그 차이를 제대로 모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가는 보증금을 날리거나, 임대인한테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했던 그 창고 임대 건은 다행히 원만하게 마무리됐어요. 임차인이 임대인한테 먼저 양해를 구했고, 임대인도 흔쾌히 서면으로 동의해줬거든요. 계약서에는 "전대차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도 명시했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현장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겪고, 상담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두 개념을 정리해 드리려고 합니다.

전대차 계약-임대인 동의
전대차(轉貸借)는 한마디로 내가 빌린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는 계약입니다. 임차인이 제3자, 즉 전차인에게 공간을 재임대하는 거죠. 쇼핑몰 안에 큰 매장이 있고, 그 안에 작은 브랜드 코너가 입점해 있는 '샵인샵' 구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창고를 통째로 빌린 임차인이 그 안 일부를 다른 사업자한테 쓰게 해주는 것도 전대차에 해당하고요. 제가 상담 현장에서 제일 많이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서면 동의, 꼭 받으세요." 민법 제629조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할 수 없습니다. 이걸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요. 구두로 "괜찮아요" 한 마디 들었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실제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는 임대인도 있었거든요. 반드시 서면으로, 가능하면 원래 임대차 계약서에 특약 형태로 남겨두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대차 기간은 절대로 원래 임대 기간을 넘길 수 없습니다. 원 계약이 내년 6월에 끝난다면, 전대차 계약도 그 전에 종료돼야 해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걸 모르고 전차인한테 더 긴 기간을 약속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제가 실제로 봤습니다.
| 구분 | 전대차 | 전전세 |
| 주요 사용 | 창고, 상가 일부 재임대 | 주택 전체 재임대 |
| 임대인 동의 | 반드시 필요 | 전세권 설정 여부에 따라 다름 |
| 보증금 반환 책임 | 임차인(중간자) | 임차인(중간자) |
| 근거 | 민법 제629조 | 민법 제306조 |
전전세 계약- 전세권 설정
전전세(轉傳貰)는 구조가 좀 다릅니다. 기존 임차인이 자기 명의의 전세권을 담보로 제3자에게 다시 전세를 주는 형태예요. 주로 주택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인데, 임차인이 집 전체를 통째로 재임대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전세권 설정 등기가 돼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법적으로 전전세는 임차인이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친 상태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거든요. 전세권이 제대로 설정돼 있다면, 전세권자는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전전세를 놓을 수 있습니다. 단,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전전세 금지"라는 특약이 없어야 하고, 전전세 기간도 원래 전세 기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제가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그럼 전전세에서는 보증금을 누구한테 돌려받나요?"입니다. 이게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인데요. 원칙적으로 보증금 반환 책임은 임대인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 즉 중간에 낀 전전세 놓은 사람한테 있습니다. 임대인과 전차인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전세로 들어가는 분들은 중간 임차인의 재정 상태나 원래 전세 계약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원 임차인이 보증금을 들고 사라지면 정말 손쓸 방법이 없어요.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전전세를 주는 임차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도록하세요. 혹시 전전세 놓은 분이 지인이라해서 대충 넘어가시면 안됩니다. 원칙적으로 임대인은 원 임차인에게만 보증금을 돌려주기 때문에 원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 받고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계약 전 확인 사항
전대차든 전전세든, 이 두 계약은 임대인-임차인-전차인이라는 3자 구조를 형성합니다. 일반 임대차보다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게 많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상담하면서 체크리스트처럼 들고 다니는 항목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첫 번째, 임대인의 서면 동의를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로 허락받았다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임대인이 전대차를 허용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임차인이 진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확히 적혀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두 번째, 원래 임대차 계약 내용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보증금 규모, 남은 기간, 업종 제한 조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해요. 전차인은 원 계약의 범위 안에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원 계약에 어떤 제한이 걸려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세 번째, 보증금 반환 주체를 계약서에 명확하게 써야 합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나는 임대인한테 받는 줄 알았는데요"라고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누가 돌려주는지, 원 임대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꼼꼼하게 적어두세요.네 번째, 대항력 요건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이라면 전차인이 전입신고를 통해 대항력을 갖출 수 있는지, 상가라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지를 사전에 법적으로 검토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항상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계약서 한 줄이 나중에 수천만 원을 지킨다." 전대차나 전전세처럼 복잡한 구조의 계약일수록 이 말이 더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권리 사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애써 모은 보증금이 그냥 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원 임대차 계약서 확인, 임대인의 확실한 서면 동의, 이 두 가지만은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